자전거 이용자 많은 지하철역 인근에 오픈…6시간마다 100엔씩 증가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지하철역 인근 번화가뿐 아니라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서도 쉽게 자전거 탄 사람을 만날 수 있죠. 또한, 주택가 슈퍼나 편의점 등지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전거 주차장이에요. 승용차를 이용하는 고객도 많지만, 상당수가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기 위해 슈퍼나 편의점을 방문한답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자전거 앞뒤 바구니에 식료품을 잔뜩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슈퍼나 편의점뿐 아니라 지하철역 인근에서도 쉽게 자전거를 볼 수 있어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지하철역에서 가까울수록 주택 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싸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조금 저렴한 곳에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물론, 자전거 이용이 많은 곳답게 출근하거나 볼 일이 있어 지하철역에 갈 때에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지요.
자전거 이용이 많아짐에 따라 좋은 점과 함께 나쁜 점도 있어요. 그 중 일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불법주차입니다. 특히 지하철역 인근에 이런 불법주차된 자전거를 자주 볼 수 있답니다. 유료주차장이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불법주차하는 경우가 제법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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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우에노역 인근에 있는 2시간 무료 자전거 주차장. |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요금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전거 유료주차장은 월정기권이나 일일권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어요. 따라서 1~2시간만 이용해도 하루치 요금을 지불해야했죠. 하루치 요금이 몇백엔 수준이지만, 사실 1~2시간 이용하는 사람이 내기엔 조금 아까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지하철역 주변 한적한 곳에 그냥 자전거를 세워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일본 정부에서 이러한 불법주차 자전거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도 불법주차의 증가 요인인 것 같아요. 불법주차 자전거에 경고 딱지를 붙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경고수준이기에 실효성이 없는 게 사실이거든요.
최근에 일본에서 이런 불법주차 문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한 곳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어요. 모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었을 정도로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답니다. 해당 업체는 2~3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주차할 경우에는 요금을 받지 않는답니다. 따라서 잠깐 주차해 놓아야 하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해당 업체는 구세주나 다름없죠. 예전에는 하루치 요금을 내고 주차하거나 그도 아니면 불법주차를 해야 했는데,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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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까지는 무료고 6시간 단위로 100엔씩 주차료가 붙는다는 안내판. |
주차장을 2~3시간 무료로 이용하게 하면, 주차장 운영자는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에 대해 해당 업체에서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더군요. 일반적으로 무료로 이용하는 고객의 몇십 퍼센트가 무료 이용시간을 초과해 이용 요금을 낸다고 하더라고요. 유료라고 해봤자 100엔(1,300원) 정도이기에 주차장 이용자로서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 금액인 것 같아요. 물론, 주차장 운영업자에게는 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수익이 발생하니 좋고요.
얼마 전 유료 자전거 주차장을 직접 이용해볼 일이 생겼어요. 제가 사는 치바현에서 자전거를 타고 약속장소인 도쿄 우에노까지 가야 했거든요. 약속장소 인근에 마침 유료주차장이 있더군요. 2시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6시간마다 100엔씩 증가하는 시스템이었어요.
주차장 안에는 제법 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어요. 어림잡아도 100대는 족히 넘을 것 같았습니다. 지정된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놓으면 갈고리 자물쇠가 닫히는 시스템이었어요. 제 자전거를 세워놓으니 ‘찰칵’ 소리를 내며 자물쇠가 닫히더군요. 거치대 하단에는 번호가 적혀 있는데, 나중에 자전거를 찾을 때 필요하답니다.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단말기에 가서 해당 번호를 누르고 해제 버튼을 눌러야 자물쇠가 풀린답니다. 물론, 무료이용시간을 초과했을 때에는 해당 요금을 지불해야 자물쇠가 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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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자전거를 근절하자는 캠페인 포스터. |
지하철역 인근에서 친구를 만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네요. 자전거를 찾으려고 보니 주차시간이 무려 4시간이나 되었더군요. 2시간만 주차해야지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 시간을 초과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100엔을 지불하고서야 자전거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2시간 무료 주차장이 생긴 이후로 불법주차가 제법 사라진 것 같아요. 제 경우 자전거를 타고 도쿄에 갈 일이 생기면, 목적지 주변에 2시간 무료 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검색할 정도랍니다. 2시간 무료 주차장은 사용자에게는 무료 이용 기회를, 업자에게는 수익을,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불법주차 감소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자전거 이용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전거 이용이 더 많아지면 아마도 일본처럼 불법주차로 곤혹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럴 때 2시간 무료 주차장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글·사진 : 김동운(지식경제부 블로그기자단 3기)